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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장벽 넘어 낮은 급여, ‘제한적’ 복지 불과한 장애인연금 < 사회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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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장벽 넘어 낮은 급여, ‘제한적’ 복지 불과한 장애인연금 < 사회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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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장애인 263만 명 중 장애인연금 수급자 단 13.3%에 그쳐

중증장애인 자녀 보호자 안수미(54)씨는 12년 전부터 장애인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안씨는 “돌봄과 경제활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장애인연금은 장애로 인한 지출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빈곤의 현실 속 장애인연금 수급 실태를 살펴봤다.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입법 목적 미달의 장애인연금

우리나라는 장애인 가구의 생활 필수 지출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위해 지난 2010년 3월 「장애인연금법」을 제정했다.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은 ‘장애등급제’ 상 중증장애인에 한정한다. 장애등급제는 1988년 도입돼 장애를 의학적 기준에 따라 1급에서 6급으로 구분해 왔다. 그러나 개인의 생활 여건과 지원 필요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판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2019년 7월 폐지됐다. 이후 장애등급 체계는 기존 1~3급을 ‘장애의 정도가 심한 경우(중증)’와 4~6급을 ‘심하지 않은 경우(경증)’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개편됐다. 장애인연금 수령 대상자는 근로 능력 상실에 따른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기초급여’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부가급여’를 수령할 수 있다.

장애인 가구의 높은 빈곤율은 현행 장애인 소득 보전 제도의 효과가 미흡함을 보여준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5 장애통계연보’(아래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가처분소득 기준 장애인구 빈곤율은 35.7%로, 전체 인구 빈곤율인 14.9%에 비해 약 2.4배 높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 실태조사’(아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월 최대 지급 가능한 장애인연금은 40만 3천180원으로, 전체 장애인 가구 월평균 최소 생활비의 약 18.7%에 불과했다.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창률 교수는 “유사한 공적 소득 보장 제도인 노인 기초연금 또한 소득 하위 70%를 수급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장애인 가구의 전반적 빈곤으로 인해 장애인연금 실제 수급 기준선은 기초연금의 절반 수준인 140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일상생활에 더 큰 비용이 들지만 근로는 어려워 지출은 많아도 수입은 적다.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가구의 72.1%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로 인해 추가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가구의 추가 지출 항목 및 비용은 ▲의료비 57만 8천 원 ▲보호·간병비 28만 2천 원 ▲교통비 24만 1천 원 ▲장애 관련 식비 10만 7천 원 ▲보조기기 구입·유지비 8만 8천 원으로 집계됐다.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전체 소비 지출액 대비 의료비 지출은 장애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 비해 4.1%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씨는 “아들이 성인이 된 후 낮 동안 센터에 보내야 하는데 연금은 그 비용을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라며 “장애로 인해 드는 추가적인 비용은 전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김모(27)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모두 받지만 정기 진료를 위한 교통비와 의료비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동 휠체어 배터리를 교체할 비용이 없어 한 달 넘게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2026년 기준 1인 가구의 장애인연금 기초급여는 35만 원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액에도 미치지 못했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에도\ 최소 지출 수준 못 좇아

전문가들은 장애인연금 제도 운용 문제의 원인으로 ▲제한적 대상자 선정 ▲소득에 따른 수급 자격 변동 ▲소득 증가 수준 반영 부족 ▲기초급여‧부가급여의 일괄적 기준을 지적한다. 장애인연금의 법적 수급 기준이 모든 중증장애인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연금의 지급요건은 ▲만 18세 이상 65세 미만 ▲1·2급 중증장애인 ▲중복 장애가 있는 3급 중증장애인 ▲본인·배우자 소득 합산 하위 70% 미만이다. 중복 장애가 없는 3급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중증장애인이지만 수급 대상에서 배제된다. 서미화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장애인복지법」상 중증장애인 90만 4천29명 중 장애인연금을 수급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은 39만 5천954명에 달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책임은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에서 단일 3급 장애인이 제외된 것은 예산에 맞춰 대상을 한정했던 초기 설계의 오류”라며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분류됨에도 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욱찬 연구위원은 “장애인연금 사각지대는 중증 장애를 판정하는 기준에서 발생한다”며 “장애등급을 판단하는 의학적 기준이 현실의 근로 능력 상실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연금법상 수급 기준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월 소득이 발생하면 연금이 감액돼 수급자의 근로 의지가 감소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6년 선정기준액에 따르면 월수입이 ▲단독가구 140만 원 ▲부부가구 224만 원을 초과할 경우 연금이 감액된다. 초과한 금액에 따라 연금은 2만 원 단위로 줄어든다.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기초수급자격 박탈 우려 등의 이유로 구직을 단념한 장애인구는 3만 1천767명에 달했다. 윤 책임은 “경제활동으로 소득이 발생해 연금이 감액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일할수록 오히려 추가적인 병원 진료나 보조기구 수리 등 비용 지출이 증가해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A(54)씨는 “비급여 의료비가 부담돼 일을 시작했으나 소득이 증가하자 수급 자격이 변동돼 생계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애인연금이 사회의 전반적인 소득 증가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2년 이후 정부는 전국 소비자 물가변동률을 반영해 매년 기초급여 지급액을 조정하고 있다. 기초급여는 「기초연금법」에 근거해 기초연금 지급액과 연동되며, 만 65세 이후에 기초연금으로 전환된다. 2026년 기초급여는 2025년 소비자 물가변동률 2.1%를 반영해 ▲2025년 34만 2천510원에서 2.1% 상승한 ▲2026년 34만 9천700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급여를 물가에만 연동하면 연금의 상대적 수준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연구위원은 “장기간 급여액을 물가에만 연동하면 연금의 실질 가치가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며 “연금이 소득을 대체하는 수준 또한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책임은 “현재 연금 인상률은 최저 생계유지 수준에 머물러 수급자의 소득 보전에는 한계가 있다”며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만 원을 지원받는다고 해서 장애인 가구의 삶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낮은 부가급여의 인상 폭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가급여는 지난 2020년 8만 원에서 2024년 9만 원으로 소폭 인상됐으나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장애인삶 패널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부가급여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는 비율은 평균 42.9% 수준에 불과했다.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윤상용 교수는 “기초연금과 연동된 기초급여와 달리 부가급여는 급여 변동 기제가 없어 인상이 정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현행 부가급여는 물가 연동조차 이뤄지지 않아 실질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며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려는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초급여와 부가급여의 일괄적인 지급 기준도 복지의 실효성을 낮춘다. 오 연구위원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은 근로 능력이 아닌 실생활에서의 제약과 관련되므로 기초급여와 부가급여 각각의 선정기준을 구분해야 한다”며 “부가급여의 경우 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과 같은 추가 비용 급여와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부가급여가 기초급여와 묶여있기 때문에 정부가 재원을 부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전액 보전할 수 있도록 두 급여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애인가구 전체 모집단의 빈곤으로 인해 장애인연금 소득인정액 기준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대상자 늘리고, 심사 기준 현실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장애인 소득·고용 보장 확대’를 위해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25년 8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도 ‘장애 정도가 심한 3급 장애인’까지 장애인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장애인연금법」 법률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수급권에서 제외된 장애인 가구를 포괄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편적 판정 기준 개선 ▲보편적 급여로의 전환 ▲기초급여의 평균‧최저임금 연동 ▲부가급여 분리 및 현실화가 제시된다. 신체 손상 정도를 기준으로 단편적으로 심사하는 현 방식에서 실질적 근로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독일의 ‘소득능력감소연금’은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소득 능력이 감소했을 때 수급할 수 있는 연금으로, ▲직업‧사회병력 ▲치료‧재활 이력 ▲환경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사회의학적 판정을 통해 수급 여부를 판정한다. 발달장애인 복지지원센터의 이영서 국장은 “획일적인 장애등급이 아니라 실제 근로를 지속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며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개인의 건강 상태와 특성에 따라서 근로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도 “대부분의 국가가 의학적 기준이 아닌 실질적인 근로 능력의 감소 정도를 판단하는 방향으로 장애 기준을 변경하고 있다”며 “근로 능력을 고려할 경우 새롭게 수급 대상이 되는 규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 능력 평가를 전제로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성격의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 연구위원은 “현행 제도는 일률적으로 수급 범위를 소득 기준에 따라 대상자의 70%로 설정하는 작위적 제도”라며 “자산조사 없이 보편적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급여 형태”라고 말했다. 윤 책임은 “장애인연금법 시행 이후에도 비장애인 가구와의 소득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며 “중증장애인의 생활 안정 지원과 복지 증진을 위해 보편적인 수급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의 실질적 소득 보전을 위해 기초급여를 평균임금 및 최저임금과 연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덜란드는 장애인연금을 수급자의 근로 능력에 따라 청년 최저임금의 21~75% 수준으로 지급한다. 윤 교수는 “기초연금은 경제활동이 어려운 고령층 대상의 급여이지만 장애인연금은 18세 이상 65세 미만의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급여”라며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를 기초연금이 아닌 평균임금이나 최저임금과 비교해 지급 수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기초급여는 소득 보전이 목적이므로 평균임금의 일정 비율로 급여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기초연금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장애인연금만의 제도 개편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책임은 “사회경제적 여건이 변화한 만큼, 장애인연금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 장애인 빈곤의 굴레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자립을 포용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적극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소지원 기자\ socio_czennie@yonsei.ac.k\ 송성민 기자\ socio_chocolat@yonsei.ac.kr

소지원 송성민 czenni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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