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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동,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사진기획 < 뉴미디어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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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동,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사진기획 < 뉴미디어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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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째 방치된 현저동, 주민들은 곪아간다

우리대학교 인근 서대문독립공원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는 일명 ‘똥골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과거 인분을 퍼다 저장하는 장소가 있어 ‘똥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서대문구 현저동은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때 사람들로 붐볐던 현저동 1-5번지 일대는 현재 50명 남짓의 주민만 남은 빈집촌이다.

▶▶ 현저동 1-5번지 일대는 인구가 감소해 길거리에서 주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저동 슬럼화, 이웃들은 어디에

“옛날에 사람 많이 살 때가 좋았지. 그때는 마을이 북적북적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어.” 현저동에 44년째 거주 중인 서보옥(86)씨의 말이다. 서대문구청 도심개발과 관계자 A씨에 따르면 현저동 1-5번지 거주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마을을 가득 메웠던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이제 이 일대는 쓰레기로 가득한 빈집이 대부분이다. 현저동 골목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길거리 곳곳을 나뒹구는 쓰레기뿐이었다. 주민 B씨는 “사람들이 집 앞에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 빈집 내부는 낙서와 쓰레기로 가득하다.

마을 전체가 쇠퇴하면서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A씨에 따르면 현재 현저동 1-5번지 일대 주택의 노후 건축물 비율은 100%에 달한다. 건물들이 노후화된 채 방치되면서 주민들은 벽면 붕괴 위험 앞에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신(68)씨는 “바람이 불면 건물에서 벽돌이 떨어져 골목을 지나가는 것이 무섭다”며 “실제로 3년 전에 자동차 위로 벽돌이 떨어져 구멍이 날 뻔했다”고도 말했다. 일대 빈집들에서는 접근을 제한하는 테이프를 비롯해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주민들은 시설 노후로 불편을 겪기도 한다. 신씨는 “여름이면 온 집에 곰팡이가 피고, 겨울에는 수도가 얼어 세탁소 운영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현저동 1-5번지 일대 빈집에는 접근 제한 테이프와 경고문이 붙어 있다. 경고문에는 '붕괴 우려 등 안전사고가 예상되므로 절대 출입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다.

▶▶ 노후화로 건물 벽면이 떨어져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재개발 이랬다가 저랬다가, \ 주민들은 지쳤다

현저동 1-5번지 일대 슬럼화 배경에는 과거 반복해서 무산된 재개발 사업이 자리한다. ‘현저2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변경)(안)’(아래 정비구역 변경안)에 따르면 현저동 1-5번지 일대는 2005년 5월 정비구역으로 고시됐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정비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해 사실상 방치됐다. 신씨는 "재개발 소식에 몰려든 외지인들에게 집을 팔거나 보상을 받고 나간 주민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빈집만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슈퍼마켓과 집이 있던 자리를 재개발한다고 모두 밀어버렸다”며 “3년만 기다리라고 해서 슈퍼마켓이 임시로 자리를 옮긴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 10여 년 전 슈퍼가 있던 집터에 누군가 무단으로 투기하고 간 쓰레기.

재개발이 무산된 원인으로는 무허가 건축물 문제와 소유주들간의 엇갈린 이해관계를 꼽을 수 있다. 정비구역 변경안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현저동 1-5번지 일대 건축물의 약 85%가 무허가 건축물이다. 일제 강점기 무렵부터 도시 빈민이 국공유지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정착하면서 마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무허가 건축물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분양권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주거환경개선사업 논의가 이뤄지던 2005년 당시 소유주들은 사업시행자와 보상 협의를 거쳤지만, 무허가 건축물 소유권 입증 및 토지 보상 절차가 까다로워 개발 논의가 지연됐다. 여기에 더해 주민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 규정하는 찬성률을 넘기지 못해 재개발 시도가 무산됐다. ‘현저 2 모아타운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 C씨는 “주거환경개선사업에 필요한 주민 찬성률 100%를 달성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주민들끼리 편을 나눠 싸우는 일이 잦았다”며 “서로 이익만 챙기려 하니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5년 6월 현저동 1-5번지 일대가 서울시의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인 ‘모아타운’ 대상지로 지정됐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를 묶어 정비하는 사업 모델이다. 6월 20일 서대문구청은 10월 조합 설립 인가를 거칠 계획이라 발표했으나, 주민 찬성률이 80%를 넘기지 못해 올해 2월까지 미뤄졌다. 그러던 2월 27일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찬성률 요건이 80%에서 75%로 완화돼 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C씨는 “2월 28일 창립총회에서 조합 설립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며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월 28일 '모아타운 주민제안 사업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가 열렸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재개발이 실제로 추진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20년 동안 재개발 추진 주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모아주택 사업에 동의한 신씨는 “현저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상금이 필요해 동의했지만 이젠 개발된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며 “하도 속아서 트랙터가 들어와 집을 밀어버리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씨도 “매번 재개발을 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는다”며 “이번 모아주택도 실제로 시행될지 모르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 빈집의 벽면에 ‘함께할 이웃’이라고 쓰여 있지만, 현저동 일대는 더 이상 함께할 이웃을 찾아보기 힘들다.

재개발에 대한 생각을 묻자 B씨는 “말로만 재개발을 한다고 한 지 오래”라며 “그 사이 서민들은 곪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루라도 빨리 생활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다. 방치됐던 지난 세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이 요구된다.

글·사진 이도현 기자\ new_atlantis@yonsei.ac.kr

이도현 기자 new_atlanti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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