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문잡] “사장님, 두쫀쿠 있나요?”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지나간 자리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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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요아정’에 이은 ‘두쫀쿠’ 열풍‥ 단기 유행 상품의 명과 암
오픈런과 품절이 일상이었던 ‘두바이 쫀득 쿠키’, 이른바 ‘두쫀쿠’ 열풍이 최근 들어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뜨겁게 타오르고 금세 사그라드는 디저트 유행의 불꽃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두쫀쿠 열풍을 통해 단기 유행 상품이 자영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습니다.
한국에 불어닥친\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
지난 2025년 중순 디저트 업계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두바이 쫀득 쿠키(아래 두쫀쿠)는 12월부터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에서 착안해 국내에서 변주된 디저트로, 버터에 볶은 중동식 면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어 만든 속을 녹인 초콜릿과 마시멜로로 감싸 코코아 가루를 입힌 형태가 대표적입니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식감의 대비가 특징으로, 익숙한 초콜릿의 단맛에 ‘두바이’라는 이국적 이미지를 더했습니다.
▶▶ 두쫀쿠 판매 카페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두쫀쿠 맵' 서비스.
인스타그램에는 ‘#두쫀쿠’ 해시태그 글이 16만여 건 게시됐고 레시피 공유부터 맛집 비교, 매장별 재고 정보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졌습니다. 지난 2월 GS25 자체 애플리케이션 ‘우리동네GS’에서 공개한 ‘두바이 맵’을 비롯한 여러 ‘두쫀쿠 지도’는 두쫀쿠의 매장별 재고 현황을 보여줘 소비자들의 효율적인 오픈런에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신촌·연남·성수 등 주요 상권에서는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한 수십 미터의 대기 줄이 이어졌고 매장마다 “1인 2개 한정”과 같은 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연남동에서 디저트 카페 ‘고미디저트’를 운영 중인 정인영(37)씨는 “2월 초까지는 1인당 판매 수량 제한을 둬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며 “영업 시작 1~2시간 전부터 대략 150명의 손님이 대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개당 5천 원에서 1만 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두쫀쿠는 연일 조기 품절을 기록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직접 구해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두쫀쿠의 높은 화제성은 SNS에서의 유쾌한 해프닝으로도 이어졌습니다. 미쉐린 3스타 셰프이자 넷플릭스(Netflix)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두쫀쿠가 예상과 다르게 만들어지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두바이 딱딱 강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이후 안 셰프가 ‘제대로 된’ 두쫀쿠를 다시 만들어 올린 ‘A/S 영상’은 9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쫀쿠의 인기는 공공 캠페인의 동력으로도 활용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헌혈의집 154곳 중 117곳에서 두쫀쿠 증정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겨울철 혈액 수급이 불안해지자 일부 지역 헌혈의집에서 두쫀쿠를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행사를 진행한 1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 간 헌혈자 수는 11만 2천여 명으로 2025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습니다. 특히 경남 지역은 일평균 헌혈 실적이 평소 264건에서 행사 기간 중 539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두쫀쿠는 침체된 자영업 시장에 즉각적인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두쫀쿠 판매로 하루 매출이 평소의 몇 배로 뛰거나 고객 유입이 늘면서 기존 상품 판매가 함께 증가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연남동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며 두쫀쿠를 판매하는 ‘연트럴다방 연남’의 황진솔(29)씨는 “유행하는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해 전국구에서 손님이 찾아와 매출이 평소에 비해 정말 많이 늘었다”며 “두쫀쿠 때문에 방문했다가 토스트 등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재방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광운대학교 외식경영학과 박종현 교수는 “유행 상품을 계기로 방문한 고객을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연스럽게 유도해 단골로 정착시킨다면 가게의 장기적인 자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쫀쿠와 같은 단기 유행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자본 회전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카페 매대에 진열된 다양한 두바이 디저트.
두쫀쿠 유행에 힘입어 다른 두바이 디저트들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제조보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12월 26일부터 1월 26일까지 한 달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제품 신고 및 등록 절차를 마친 두바이 디저트가 82개에 달했습니다. 박세범 교수(경영대·마케팅)는 “두쫀쿠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라는 기본 레시피를 바탕으로 각 매장별 변종 상품이 쏟아져 나오며 유행을 확장했다”며 “소비자에게 ‘어느 집 것이 더 특별한가’를 탐색하는 재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전 유행과 다르다”고 평가했습니다.
단기 유행 상품의\ 그림자
두쫀쿠의 유행으로 자영업계에 활기가 돌았지만 두쫀쿠 역시 단기 유행 상품의 그림자인 ▲짧은 유행 주기 ▲낮은 순수익 ▲브랜드 고유성 약화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두쫀쿠의 열기는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황씨는 “한창 유행할 시기에는 하루에 두쫀쿠를 천 개 이상 만들어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400개 정도 만들고 있다”며 “요즘에는 품절도 잘 되지 않아 유행이 꺾이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디저트의 유행 반감기는 해마다 짧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0~2021년 유행한 크로플은 포털 검색량이 최고점에 도달한 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까지 5개월 넘게 걸린 반면, 두쫀쿠는 지난 1월 15일에 검색량 고점을 찍은 후 불과 17일여 만에 검색량이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박세범 교수는 이같은 유행 주기의 단축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자가 빠르게 경험하고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 오후 5시경, 연남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 두쫀쿠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 모습.
단기 유행 상품이 가져오는 매출 급증은 순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쫀쿠 열풍으로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뿐만 아니라 카카오 파우더와 화이트초콜릿에도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5년 1월 기준 톤당 약 1천500만 원 수준이었던 피스타치오 수입 단가는 올해 1월 기준 2천800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서 제공하는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카카오 파우더의 수입 단가도 지난 2025년 1월 ㎏당 6.71달러에서 12월 10.42달러로 상승했습니다. 정씨는 “원재룟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면서 두쫀쿠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 했다”며 “화이트초콜릿이나 카카오 파우더처럼 다른 디저트 메뉴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들까지 가격이 올라 두쫀쿠 이외의 상품 판매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었다”고 밝혔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순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만 증가할 경우 이에 따른 세액 증가가 이듬해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연 매출이 1억 400만 원을 초과하면 다음 과세기간부터 간이과세자에서 일반과세자로 전환됩니다. 간이과세자의 경우 업종별 부가가치율이 적용돼 실질적인 부가가치세 부담이 1.5~4% 수준인 반면, 일반과세자는 10%의 부가가치세율이 적용됩니다. 이에 대해 세무법인 다솔의 김선준 세무사는 “과세 구조상 매출이 급증했던 시기의 세액이 유행 이후 한 번에 부과될 수 있다”며 “이 경우 단기 유행 상품으로 누린 단기 호황이 오히려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 유행의 근본적인 부작용으로 고유성 약화를 꼽기도 합니다. 박종현 교수는 “모두가 같은 유행 메뉴를 따라하면 브랜드 정체성이 흐려진다”며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와 개성 있는 맛집 생태계가 획일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기간 구축해 온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일시적 유행 상품으로 대체했다가 기존 단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세범 교수는 “유행 상품에 의존하다 보면 경쟁력 강화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이는 단기 유행 상품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순간 매장 존립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행 상품과 함께 \ 나아갈 방향은
광범위한 두쫀쿠 열풍은 단순한 디저트 유행을 넘어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드러냅니다.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단기 유행 상품은 자영업자에게 ‘빠른 처방’으로 통합니다.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8천282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전체 폐업 신고 사업자 가운데 소매업과 음식점업의 비중이 3순위 안에 들 정도로 높았으며 이 중 음식점업의 폐업률은 약 15%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29일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통계에서도 창업 후 3년 생존율은 23년 기준 53.8%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최근 일식집이나 국밥집, 심지어 이불 판매점까지 본업과 무관한 두쫀쿠를 판매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 역시 이러한 구조적 압박을 반영합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26일 발간한 ‘2025 자영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44.7%가 부채를 보유 중이며 평균 부채액은 5천920만 원에 달합니다. 조사 대상자의 핵심 애로사항은 원자재·재료비 부담(68.7%), 동종업계 간 경쟁 심화(66.2%), 신규 고객 확보(65.9%), 임대료 부담(60.5%)으로 나타났습니다. 본업 매출만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쫀쿠 등 화제성이 높은 메뉴를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 유입을 늘리려는 전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기존 경쟁력을 유지한 채 하나의 선택지로써 유행 상품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박세범 교수는 “안정적 매출을 내는 일상적 상품과 실험적 상품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쫀쿠와 같은 초단기 유행 상품은 매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실험적 메뉴로 활용하되, 이를 매장의 주력 상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명확한 운영 원칙을 세우고, 재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유행 상품 판매 시 실질 이익이 얼마인지 파악해 판매 확장 여부를 결정하고 최소 이익률을 사전에 정해 무리한 확장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 세무사는 “초단기 유행 상품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운영 원칙이 없으면 매출이 곧바로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며 “증빙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인건비·수수료·세금이 이익률을 잠식하지 않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지난 1월 말부터 신촌 일대에서 열린 '두바이 쫀득쿠키 팝업스토어'.
초단기 유행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소비자의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박종현 교수는 “SNS 알고리즘이 만들어 낸 즉각적 확산 구조와 타인으로부터 소외되길 두려워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결합해 두쫀쿠 같은 상품이 빠르게 퍼진다”며 “소비자가 편승·동조 소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상품이 SNS에서 화제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소비가 집중되면 시장은 빠르게 과열되고 식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단기 화제성에만 머물지 않을 때, 시장 역시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정씨는 “단기 유행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매장의 색깔이 담긴 메뉴를 만들고 가게를 운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침체된 자영업계의 근본적인 안정도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두쫀쿠가 디저트의 달콤함만을 간직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자영업 구조의 안정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위해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글·사진 심지윤 기자\ muna_darami@yonsei.ac.kr
<사진제공 두쫀쿠 맵>
심지윤 기자 muna_daram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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