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대학언론과 학보사, ‘코이(Koi)의 법칙’을 넘어 < 십계명 < 여론칼럼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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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빈 행정국장(국관/글창융경제·21)
‘코이(Koi)’라고 불리는 비단잉어가 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그저 손바닥만한 크기에 머물지만 넓은 연못에 풀어져 자라면 1미터에 가까운 몸집으로 크게 성장한다. 그렇게 비단잉어들은 자신이 놓인 환경의 크기만큼 성장하고, 물 속을 헤엄친다.
이들의 단순하면서도 거창한 생태적 특징들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신인류들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비유로 사용된다.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이의 법칙’은 환경이라는 공간이 개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규정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비유처럼 보일 수 있는 이러한 비단잉어들의 법칙은 오늘날 대학언론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 속에서 취재하고, 글을 쓰는 학보사 구성원들에게 지금의 환경은 과연 연못인가. 아니면 점점 더 작아져만 가는 어항인가.
한때 대학언론의 존재는 대학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론장 중 하나였다. ▲등록금 문제 ▲학사 제도의 불합리성 ▲학생과 사회 간의 갈등과 정치적 이슈까지 대학 공동체들의 모든 문제들이 종이신문 지면 위에서 논쟁 대상 중 하나였다. 학보사라는 공간은 단순함을 갖고 교내 소식을 전하는 소식지가 결코 아니었으며, 군부 독재 시기 당시의 대학언론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대학 밖에서는 쉽게 말할 수 없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이 대학신문이라는 활자들을 통해 드러났었다.
그 시절 속에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했고, 그 시절 속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해보지 못했던 터라 대학언론을 전부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때 만큼의 대학신문은 정보 전달의 목적이 아닌 학내 구성원 모두가 논쟁하며 해결점을 찾아가는 질문의 공간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학신문은 사회와 제도를 향해 던지는 하나의 물음표였고, 동시에 같은 시대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언어였다. 가장 큰 변화는 읽는 방식들의 변화라는 점이다. 긴 문장은 더 이상 쉽게 읽히지 않게 되었으며, 공들여 취재한 기사는 몇 초 만에 스쳐 지나가는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한다. 독자들은 기사를 읽기보다 넘기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더 자극적인 콘텐츠만이 큰 반응을 부른다. 그리고 대학언론과 학보사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학언론의 위기를 ‘디지털 시대의 변화’로 설명하기엔 더욱 부족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 공동체 내부에서 대학언론의 역할성이 점점 더 축소되어가는 것이다. ▲예산 축소 ▲효율과 비용이라는 기준 속에서의 평가 ▲신문 발행 부수 ▲클릭되는 기사의 조회수는 학보사 운영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물론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점차 반복될수록 대학언론의 존재 이유 자체가 의심받는 구조 속 만들어진다. 오늘날의 학보사는 질문을 던지는 언론이 아닌, 우리의 존재 자체와 필요성을 ‘스스로’ 설명해야 하는 조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학언론의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학언론의 문제는 단지 신문이 덜 읽힌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환경이 좁아지면 생물의 크기도 작아진다는데. 대학언론이 정말, 코이의 법칙에만 묶여 있어야 할까.
대학언론의 가장 큰 가치는 속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대학언론은 여전히 긴 문장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충분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공동체의 작은 목소리를 기록하며, 지금 이 시대의 대학을 남기는 일. 이것은 앞으로도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다.
코이는 환경의 크기만큼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존재의 스스로 움직임을 통해 환경을 넓히기도 한다. 대학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어항 속에 머물 것인지, 연못을 다시 만들 것인지는 결국 그 안에서 헤엄치는 우리들의 몫이다.\
김우빈 행정국장 bodo_yom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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