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사라진 자리에서 공존을 기억하다 < 사회 < 기사본문
Source: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813 Parent: http://chunchu.yonsei.ac.kr/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닫기
숲을 통해 사회를 잇는 ‘생명의 숲’ 김석권 대표를 만나다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는 숲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숲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도시 기후 조절 ▲생태계 유지 ▲재난 방지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숲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전체 면적마저 점차 줄고 있다. 산림청의 ‘2020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지난 1974년 약 664만ha(헥타르, 땅의 면적을 나타내는 미터법 단위)에서 2020년 629만ha로 감소했다. 46년 사이 서울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의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줄어드는 산림과 되풀이되는 산불 피해 가운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시민단체 ‘생명의 숲’ 김석권 대표를 만나 산림 보전의 현주소를 물었다.
▶▶ 김 대표는 "어린 시절 부터 교육을 통해 숲 가꾸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이 만드는 숲,\ 그 가능성을 보다
지난 1998년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 생명의 숲은 ‘숲 가꾸기 운동’을 시작으로 ▲숲 문화 운동 ▲도시 숲 운동 ▲학교 숲 운동 ▲정책 운동 등으로 활동을 넓혀 왔다. 생명의 숲을 통해 2024년 한 해 동안 조성된 산림 면적은 46만 1천㎡에 이르며, 총 81회의 프로그램에 4천350명이 참여했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국 13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숲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Q. 생명의 숲이 설립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산림의 지속적 관리를 위해서다. 지난 1973년 추진된 ‘치산녹화사업’은 황폐화된 산림을 108만ha 규모로 복원했다. 그러나 나무를 지나치게 촘촘히 심은 탓에 숲이 숨 쉬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생명의 숲은 과밀하게 조성된 숲의 사후 관리를 위한 시민운동으로 출발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실직자 일자리 마련을 위한 공공근로 사업을 추진했다. 생명의 숲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실직자를 숲의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에 배치해 공익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다. 생명의 숲은 설립 초기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 사업모델로 평가받았으며 이후 지역사회와 교육 분야로 활동을 넓혀 숲 가꾸기 운동 전반으로 발전했다.
Q.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무엇인가.
A. 산림은 환경을 보전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6월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산림은 기온을 평균 3~7℃ 낮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 산림의 탄소 저장량은 19억 3천만 톤으로 한 해 동안 약 28만 톤의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 및 정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산림은 삶터이자 배움터이기도 하다. 산림은 단순한 자연경관을 넘어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숲에서 자연의 원리를 배우고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익힌다. 산림의 공동체적 가치를 인식하기 위해서 산림 보전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Q. 생명의 숲은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대표적인 활동에는 무엇이 있는가.
A. 시민 성금으로 나무를 심는 ‘서울 마이트리’가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식물원·월드컵공원·경춘선 숲길 등 서울 주요 공원 곳곳에 심어진 나무는 지역 주민을 위한 녹지로 활용되고 있다. \ 숲을 가꾸며 건강을 증진하는 시민참여 프로그램 ‘그린짐’도 운영 중이다. 현재는 전국 그린짐 활동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민을 대상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준비 운동과 마무리 운동, 건강 효과 측정, 가드닝 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시민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생명의 숲이 지난 2018년 시행한 ‘그린짐 활동 참여 전후 삶의 질 변화 실험 결과 연구’에 따르면 그린짐 참여자에게는 ▲신체 건강 6.72% 증진 ▲심리 건강 9.51% 증진 ▲사회적 관계 7.08% 개선의 효과가 나타났다.
꺼지지 않는 산불 앞에\ 멈춰 선 대응 체계
지난 3월 영동·영남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서울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10만 4천788ha의 산림 소실이라는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유산 등 공공시설 5천643개소 ▲사유시설 7천175개소 ▲가축 2만 2천 마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자 산림청은 3월 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총력대응에 나섰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입산자 부주의와 고온건조한 기온·강풍 등의 기상현상이 맞물린 결과였다. 잇따른 피해로 산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Q. 지난 3월 대형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산림 구호 활동 ‘2025 지금지구’를 진행했다. 활동을 기획한 의도가 있다면.
A. 모금을 통해 산불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복구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영남권 산불은 복구에만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될 만큼 초대형 산불이다. 정부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5 지금지구’를 시작했다. 비영리단체 특성상 자체 수익 창출이 어려워 사회복지공동모금을 통해 시민단체나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모금을 받았다. 약 3억 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였다. 성금은 산불 피해가 컸던 강원도 동해·삼척·경상북도 울진의 산림 복원 사업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훼손된 숲에 나무를 다시 심고 가꾸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Q. 산불 대응 및 피해 복구를 위한 정부 대응의 한계는 무엇인가.
A. 산불 진화의 핵심 수단인 헬기 운용 체계가 분산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재 산림청·소방청·지자체가 헬기를 각각 운영하고 있어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 효율적 대응이 어렵다. 헬기 노후화 역시 심각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각 기관이 보유한 총 163대 중 126대의 헬기가 20년 이상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 대응을 위한 예산도 부족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불방지대책 예산은 지난 2024년을 제외하고 연간 6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전체 자연재난 분야 예산의 약 0.9%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산불 방지뿐 아니라 진화를 위한 헬기 도입·운영 예산도 재난 발생 시에만 일시적으로 증가한 뒤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반복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헬기 임차 및 보수, 전문 인력 확보에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더욱 어렵다.
Q. 산불과 기후변화 등으로 산림 관리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정책적 과제는 무엇인가.
A.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경관보전직불제’를 산림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농어촌의 경관을 가꾸고 보전하는 농지 소유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약 220만 명의 산주가 전체 산림의 약 67%에 해당하는 사유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산주의 고령화 및 관리·벌채 비용 부담으로 방치된 산림이 늘고 있다. 사유림 관리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과 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독일과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 산림전략’을 따르는 산림 소유주에게 유럽연합 공동농업정책 기금,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며 산림 관리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두 종류 이상의 수종이 섞인 혼합림의 확대도 필요하다. 산림재해는 ▲산사태 ▲산불 ▲병충해 ▲침식으로 나뉜다. 산림재해에 가장 취약한 수종은 소나무림이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약 23~25%를 차지하는 소나무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 전략을 마련해 재해에 대한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 생명의 숲은 산림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산불피해 현장을 답사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녹지에 대한 권리,\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생활권 도시숲은 도시민이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 내 산림 및 수목을 말한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도시숲을 ▲도로변 녹지 ▲국·공유지 녹지 ▲옥상·벽면녹지 등으로 규정한다. 산림청의 전국도시림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48㎡로, 전체 도시숲 면적의 약 4.3%에 그쳤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은 각각 5㎡, 8.8㎡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최소 권고 기준인 9㎡에도 미치지 못했다.
Q. 생활권 도시숲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A. 충분하지 않다. 도시화율이 약 92%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1인당 도시숲 면적은 14.07㎡다. 겉보기엔 충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도시숲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에 ‘녹지 불평등’이 존재한다. 녹지 불평등은 도시 내 녹지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 기회에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모든 지역에 숲세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서울 자치구 간 도보생활권 공원 면적 차이는 최대 5배에 이른다. 녹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접근성을 균등하게 확보해야 한다. 미국 맨해튼에는 약 10km 길이의 공원 10곳이 조성돼 있어 뉴욕시 인구의 99%가 평균 10분 도보 거리 내에서 공원에 접근할 수 있다.
Q. 도시숲 관련 현행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생활권 도시숲 확대를 위해 녹지 중심의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도시 구조는 도심 전반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아스팔트 포장 등 인공 시설물이 과도하게 조성돼 녹지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고속도로나 주거지 인근 도로에는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만든 도로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도시숲 확대를 위해서는 방풍·방음림과 같은 자연친화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Q.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A. 산림의 체계적 관리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국내 산림의 약 70%는 심어진 지 30~40년이 지난 성숙한 나무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어린나무가 자랄 공간이 부족하다. 나무를 심는 것뿐 아니라 적정 시기에 솎아내는 등 주기적 관리가 산림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민과 지자체의 인식 성숙이 요구된다. 식목일은 단순한 나무 심는 날을 넘어 숲을 아끼고 지속적으로 돌보려는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학교숲, 마을숲 등 다양한 영역으로 숲 운동을 확대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김 대표는 “숲과 함께 살아간다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남은 숲을 지키고 다시 숨 쉬게 하기 위해 공존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글·사진 소지원 기자\ socio_czennie@yonsei.ac.kr
<사진제공 생명의숲>
* 숲세권: 주거지 인근에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공원 등의 녹지가 위치한 지역.\
소지원 기자 socio_czennie@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알쓸문잡] “사장님, 두쫀쿠 있나요?”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지나간 자리
우리대학교, 2026학년도 학부·대학원 등록금 2.6% 인상해
[알쓸문잡] “사장님, 두쫀쿠 있나요?”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지나간 자리
더보기
닫기
닫기
내 댓글 모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