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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접근성 높이지만 재정적 위기 처해
“대형 영화관은 자주 못 가죠. 이 지역에는 대형 영화관이 없으니 차를 타고 김포 시내까지 이동해야 하거든요.” 인천 강화군 선원면에 거주 중인 판승은(27)씨는 평소 대형 영화관을 자주 찾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가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전국 극장 현황’에 따르면 전국 영화관 수는 547개다. 이 중 86개가 서울시에, 131개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전국 영화관의 4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지역 간 문화 격차 좁히는 작은영화관
작은영화관이란 극장이 부재한 소도시 지역민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조성 및 운영을 지원하는 영화상영관으로, 대형 영화관이 부재한 소도시 지역민의 영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도입됐다. 전라북도 장수군 ‘한누리시네마’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작은영화관이 건립되기 시작했다. 한국영화관협회의 ‘2024년 작은영화관 현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4개의 시·군에서 69개의 작은영화관이 운영 중이다.
▶▶ '화성시작은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좌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
소도시 지역 주민들은 영화관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는 등 수고로운 이동을 감수하곤 했다. 경상북도 성주군 ‘별고을시네마’에 방문한 성주군민 배인아(44)씨는 “별고을시네마가 생기기 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먼 지역으로 이동해야 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교통편도 불편했다”며 “이제는 굳이 차를 타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화성시작은영화관’ 윤혜숙 관장은 “작은영화관이 생기기 전에는 경기도 안산이나 수원으로 이동하던 주민들이 영화를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다”고 말했다.
▶▶ '별고을시네마' 상영 1관 내부. 48석 규모의 좌석과 최신 영상 · 음향 장비를 갖추고 있다.
▶▶ 창의문화센터 외관. 창의문화센터 A관 3층에 별고을시네마가 위치해 있다.
작은영화관의 등장은 영화관 접근성을 높여 ▲문화 격차 감소 ▲지역 정주성* 제고 효과를 가져왔다. 순천향대 인문학연구소 정인선 연구교수는 “작은영화관의 가장 큰 성과는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것”이라며 “농어촌 및 소도시 주민들의 문화적 소외를 해소하고 최신작을 대도시와 시차 없이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 관장은 “화성시 전체 인구의 97%가 동부권의 동탄구에 거주해 서부권과의 문화 격차가 심하다”며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워진 서부권의 작은영화관 덕분에 평소 영화를 보지 않던 주민들도 화제작을 볼 수 있게 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작은영화관은 해당 지역의 정주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립공주대 지역사회개발학과 김태화 교수는 “작은영화관은 단순 여가 시설이 아니라 해당 지역 생활 인프라의 일부”라며 “주민이 특별한 이동 없이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지역에 대한 만족도와 애착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 사이에서 ‘살 만한 곳’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이는 곧 주거 지속 의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화성시작은영화관'이 위치한 마도문화센터에는 마도작은도서관과 주민자치실도 마련돼 있다.
대형영화관의 시대, \ 작은영화관만의 경쟁력은
기존 대형 영화관과 차별화되는 작은영화관만의 특색으로는 ▲저렴한 가격 ▲유휴공간의 리모델링 ▲노인 친화적 운영이 꼽힌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와 ‘참여연대’가 지난 2월 발표한 ‘한국 영화산업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영화 관람객의 티켓 가격 인식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영화관 이용 횟수가 줄어든 이유로 ‘티켓 가격이 부담돼서’라고 답했다. 영진위의 ‘2022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영화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천 원씩 관람료를 인상했다. 그 결과 주말 일반 시간대 영화 관람료는 2022년 이후 줄곧 1만 5천 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작은영화관은 같은 최신작을 상영하면서도 관람료를 6~7천 원 선으로 책정해 주민들의 문화생활 비용을 반값으로 줄였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혜택과 기획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화가 있는 날’에는 더욱 저렴한 값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전라남도 무안군의 ‘무안작은영화관’은 지난 5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단돈 1천 원에 영화 관람 혜택을 제공한다. 무안군청 문화예술과 복합문화센터팀 강주훈 팀장은 이에 대해 “무안군에서 자체적으로 재정을 부담해 지역민들의 문화생활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가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 별고을시네마를 찾은 관객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공간을 리모델링해 영화관을 조성하기 때문에 초기 구축 비용이 적다는 것도 작은영화관의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영화관을 짓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의 토지 매입비는 물론 각종 장비 마련을 위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그러나 작은영화관은 건물을 새로 올리는 대신 방치되거나 활용도가 낮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예산을 절감한다. 경상북도 제1호 작은영화관인 고령군의 ‘대가야시네마’는 기존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내 4D 상영관을 리모델링해 단 8억 5천만 원의 예산으로 조성됐다. 대가야시네마 박윤경 관장은 “4D 상영관은 몇 년 반짝 유행했지만 이후에 프로그램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운영에 난항을 겪었다”며 “운영이 어려운 시기 작은영화관 사업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고령군의 지원을 받아 적은 비용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휴공간을 재활용한 만큼 ‘대가야문화누리’ 등 인근 문화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도 높였다. 박 관장은 “고령군민 말고도 근처의 경상남도 합천군과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온 외지인도 많이 방문한다”며 “영화 관람 전후로 산책하기에도 좋고 주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대가야시네마 전경. 대가야 왕관 문양이 들어간 간판과 대가야의 무덤을 형상화한 외관이 특징이다.
▶▶ 별고을시네마 내부 안내판. 창의문화센터는 영화관뿐만 아니라 주민교류공간인 ‘’깃듦‘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시설로 이루어져 있다.
대형 영화관에서 노년층 관람객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22년 롯데멤버스와 신한카드가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상반기 전체 이용객 중 60대 이상은 4.5%에 불과했다. 한편 작은영화관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작은영화관이 들어선 곳 대부분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대형 영화관과는 다르게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매표소 현장에서 발권 시 즉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년층만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상남도는 2024년부터 작은영화관을 활용한 ‘어르신을 위한 영화관 나들이 지원사업’을 추진해 노년층에게 영화 관람의 기회는 물론 다양한 문화 복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연휴를 맞아 손주들과 함께 인천 강화군의 작은영화관을 찾은 권영례(85)씨가 어떤 영화를 관람할지 고민 중이다.
▶▶ '화성시작은영화관'의 매표소에서 어르신들이 영화표를 구매하고 있다.
문화기본권이 모두에게 지속되기 위해서
작은영화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운 영화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대중교통을 갈아타며 인근 대도시로 이동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작은영화관이 위치한 지역 특성상 제한적인 관람객 수와 낮은 관람료 정책으로는 자체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영 현장에서는 구조적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관장은 “대가야시네마는 연간 관람객 수가 5만 명에 이르지만 배급과 배급 및 상영 체계상 관람료 수익의 절반가량이 외부로 유출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재정 지원 없이 자체 수익만으로는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대가야시네마는 협동조합 설립과 사회적기업 인증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받아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윤 관장 또한 “4년째 관람료는 그대로인데 관객 수가 많이 줄어 운영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지난 2025년부터 많은 작은영화관이 상영 회차를 줄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역민에게 문화 접근성을 보장할수록 운영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정책의 방향성이 단순 조성에서 지속적인 운영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은영화관 조성 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근거해 극장 부재 시·군·구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의 작은영화관 설립을 지원한다. 정 연구교수는 “많은 지자체들이 작은영화관 설립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이후 운영은 입찰을 통해 민간에 위탁한 경우가 많았다”며 “위탁 운영자가 지자체로부터의 지원 없이 영화관을 운영해 나가야 하다 보니 수익 압박을 받아 공공영화관으로서의 취지가 약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하고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작은영화관 기획전 상영 지원 사업’과 같이 다양한 운영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지역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그 존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구나 누려야 할 문화 향유의 권리가 일상의 경험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권리를 담아낼 공간이 먼저 지켜져야 한다.
글·사진 김도현 기자\ new_neddine@yonsei.ac.kr
판승윤 기자\ new_fantastic@yonsei.ac.kr
이도현 기자\ new_atlantis@yonsei.ac.kr
* 정주성: 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머물러 사는 성질.\
김도현 판승윤 이도현 기자 new_neddin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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