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시선] 신촌은 ‘제2의 성수’가 아닌 ‘제2의 압구정’을 꿈꾸길 < 여론칼럼 < 기사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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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부 김희서 기자(언홍영·23)
신촌. 신촌을 학교의 주소로 둔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다. 여전히 ‘신촌’이라는 이름엔 ‘캠퍼스의 연장선’, ‘청춘의 낭만’, ‘젊음의 거리’의 이미지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의 신촌은 조금 다르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골목마다 흉터처럼 걸린 ‘임대 문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빈 점포가 늘어난 거리를 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엔 애들이 신촌을 안 가.”
하지만 신촌의 침체를 세대 탓으로 돌리기엔 거리가 무너진 방식이 꽤 구조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촌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분기 18.6%까지 치솟았다. 서울 평균인 6.5%와 비교하면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2025년 3분기에도 공실률은 15% 안팎을 횡보하며 ‘회복’이라는 말을 꺼내기엔 무색한 수준에 머물렀다.
상식적으로 공실이 늘면 몸값을 낮추는 게 시장의 섭리다. 그러나 신촌에선 이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신촌의 평당 환산 임대료는 2025년 1분기 기준 16만 2천622원으로 인근 연남동과 망원동보다 높았다. 신촌역 상권의 유동 인구도 2023년 1분기 약 19만 8천명에서 2025년 1분기 약 17만 2천명으로 줄었다. “신촌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체감이 숫자와 겹치는 지점이다. 줄어가는 손님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높은 임대료에 결국 체력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만 남은 거리가 됐다.
신촌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젊은이들의 성지가’ 된 성수, 갈수록 ‘핫해진다’는 문래를 보면 답이 보일까. 많은 처방이 여기에서 출발하지만, 애석하게도 신촌은 그들과 출발선이 다르다. 준공업지대였던 성수는 공장과 창고로 투박했던 공간에 ‘예술과 문화’라는 세련된 해석을 덧입혀 상권의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다. 철강단지였던 문래 역시 마찬가지다. 성수의 ‘낡은 창고 리모델링’과 문래의 ’철강산업과 예술의 공존’이 가능했던 이유다. 즉, 성수와 문래의 핵심은 공간 자체의 변신에 있었다
반면 신촌은 상업지가 된 지 오래다. 공간의 드라마틱한 변신을 기대하기엔 이해관계와 고착화된 건물의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 신촌의 부활은 ‘새로 짓기’가 아닌 ‘고쳐 쓰기’에 가깝다. 고장 난 상권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압구정 로데오의 부활. 이곳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990년대 압구정은 ‘오렌지족의 성지’, ‘유행의 1번지’, ‘잘 꾸미는 사람들의 메카’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은 신흥 상권의 등장과 비싼 임대료로 옆 동네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에 왕좌를 내주며 대차게 외면받았다. 2012년에 압구정로데오역이 개통되기도했지만 상권의 부활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다면 죽어가던 압구정을 살려낸 건 무엇이었을까. 2010년대 후반, 위기감을 느낀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리고 입점 문턱을 낮추는, 이른바 ‘임대료 운동’에 동참하며 상인들은 압구정으로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왔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태원과 홍대가 주춤하던 시기, 압구정 특유의 여유로운 라운지 바와 테라스 카페가 인기를 얻으며 압구정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압구정의 부활은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시대를 읽는 감각으로 상권의 기능을 되살렸기에 가능했다.
신촌의 부활에 벤치마킹이 필요하다면 압구정이 좋겠다. 신촌은 목도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에 유연해져야 한다. 대학과 서대문구, 상인, 건물주가 머리를 맞대고 신촌의 정체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
신촌이 ‘제2의 압구정’을 목표로 삼아보길 기대한다. 지금은 성수를 바라볼 때가 아니라, 압구정을 해부할 때다.
김희서 기자 bodo_jo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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