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data
Title
행복을 그리는 사람, ‘스틸, 타샤 튜더’ < 공연·전시 < 문화 < 기사본문
Category
general
UUID
d0cdc48736d74bec971aa3521629fb08
Source URL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958
Parent URL
http://chunchu.yonsei.ac.kr/
Crawl Time
2026-03-13T06:29:50+00:00
Rendered Raw Markdown

행복을 그리는 사람, ‘스틸, 타샤 튜더’ < 공연·전시 < 문화 < 기사본문

Source: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32958 Parent: http://chunchu.yonsei.ac.kr/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닫기

함께 계절을 살아가는 법

행복의 아이콘, 동화 작가 타샤 튜더(Tasha Tudor). 그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스틸, 타샤 튜더(Still, Tasha Tudor)’ 기획전이 오는 15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타샤 튜더의 예술 세계를 따라 잊혀가는 삶의 본질인 자연, 가족, 그리고 일상의 행복을 돌아봤다.

계절이 머무는 정원,\ 동물과의 따스한 교감

타샤 튜더(1915-2008)는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로, 1945년 『마더 구스(Mother Goose)』와 1957년 『1은 하나(1 is One)』로  칼데콧 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비밀의 화원』과 『소공녀』 등 고전 명작에 섬세한 삽화를 더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동화책 초판본 30권과 그의 데뷔작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 55주년 특별판 등 총 19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 웰시코기 가족들에게 헌정하는 『코기빌 마을 축제(Corgiville Fair)』

전시는 들판을 스치는 바람과 농가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미디어아트로 문을 연다. 롯데뮤지엄 측은 “관람객이 들판 한가운데 선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했다”며 “전시 중간중간 얇은 천에 구현된 미디어아트의 살랑이는 움직임을 통해 바람을 체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절의 리듬 속에 피어난 삶’ 섹션에서는 꽃과 허브, 채소를 가꾸는 타샤 튜더의 일상을 담은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할머니가 화초를 가꾸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정원 일을 익힌 타샤 튜더는 저서 『타샤 튜더, 나의 정원(Tasha Tudor's Successful Garden)』에서 자신이 “꽃 속에서 자라났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이 살던 “코네티컷의 모든 들꽃을 다 그려버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야생화를 사랑했다.

▶▶천 위에 빔프로젝터가 투사된 미디어아트.

여러 식물 스케치가 포함된 『타샤 튜더의 정원(Tasha Tudor’s Garden)』에서 계절은 또렷이 흐른다. 여름 들판의 야생 산딸기와 그 위에 내려앉은 노란 나비, 수분이 메말라 버린 늦가을의 나뭇잎까지, 타샤 튜더는 자연을 아름답게 꾸며내기보다 실제로 마주한 순간의 빛과 결을 담아냈다. 계절의 숨결을 생생히 포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식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부분별로 나눠 그리는 연습이 바탕에 있었다. 한 화면에 네 종의 식물이 담긴 듯 보이는 스케치는 사실 한 종류의 식물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잎과 꽃, 줄기를 나눠 묘사한 것이다. 관람객이 작은 원화의 세밀한 붓질과 식물의 결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장 곳곳에는 돋보기가 놓였다.

큰아들이 지은 온실을 재현한 공간 너머에는 타샤 튜더가 그린 「타샤의 온실(Tasha’s Greenhouse)」이 소개됐다. 현실의 공간과 그림 속 장면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관람객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듯 작품을 마주한다. 온실을 둘러싸고는 타샤 튜더가 그린 동물 그림들이 배치됐다. 타샤 튜더는 15세에 학교를 중퇴한 뒤 그림을 그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동식물을 돌보며 맹수를 제외한 동물은 직접 관찰해 그렸다. 『에드거 앨런 까마귀(Edgar Allan  Crow)』 속 삽화를 그리기 위해 타샤 튜더는 까마귀를 정밀하게 관찰하며 그 특징을 살렸다. 까마귀는 인간 가족을 돕고 싶어 하는 존재로 의인화돼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 그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 「타샤의 온실(Tasha's Greenhouse)」을 모티프로 한 온실.

타샤 튜더에게 동물은 자연을 알려주는 스승이자 삶의 동반자였다. 그중 웰시코기는 그를 상징할 정도로 소중한 존재다. 영국 유학 중이던 작은아들이 웰시코기를 맡긴 것을 계기로 타샤 튜더는 평생 30마리의 웰시코기를 기르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이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밝힌 『코기빌 마을 축제(Corgiville Fair)』를 비롯해 많은 작품에 웰시코기가 등장했다. 고양이가 목을 울릴 때 나는 ‘퍼르르(purr)’ 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고양이 ‘퍼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퍼스는 여러 연필 드로잉 속에 모습을 보이며, 동물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타샤 튜더의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을 전한다.

손으로 빚은 하루, \ 가족들과 함께한 일상

타샤 튜더는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여겼다. ‘식탁 위의 따뜻한 온기’ 섹션에서는 토마토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비롯해 실제 사용한 주방 기물과 즐겨 먹었던 식재료들이 함께 놓였다. 타샤 튜더는 10대 시절 농가에서 지낸 경험 덕분에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손으로 쓰는 각종 주방 도구를 특히 아꼈다. 이는 작품의 테두리를 다양한 주방용품으로 장식한 「수프(Soup)」와 「빵과 머핀(Bread and Muffins)」에서 잘 드러난다. 「노랑이 가득한 생일(Birthday in Yellow)」에서는 꽃과 초로 화려하게 장식된 케이크가 등장한다. 타샤 튜더에게 케이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물에서 얻는 지혜를 귀하게 여겨 아이들의 생일마다 케이크를 집 앞 호수에 띄워 보내는 독특한 전통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이어진 ‘가족과 함께한 느린 하루’ 섹션은 밀랍 촛대 장식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어 오래된 주택 복도를 연상시킨다. 타샤 튜더에게 가족은 평생 영감의 원천이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Reading to Kids)」는 아늑한 실내에 배치된 책들과 등받이 뒤로 창과 문이 나 있어 깊은 원근감을 자아낸다. 높은 등받이 의자는 큰아들이 어머니인 그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책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신혜솔 시인은 “타샤 튜더는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들을 특히 좋아했다”며 “작품 속 따뜻한 분위기는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Reading to Kids)」

사람들이 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 나오기 때문일 거예요.

삽화에는 가족들과의 추억이 녹아 있다. 추수감사절을 그린 작품들에서는 호박과 곡식이 가득 쌓여 있고, 수확에 감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그림처럼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들고 이웃을 초대해 인형과 카드를 선물했다. 1세기 전의 크리스마스를 이토록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가족들과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타샤의 크리스마스 양말들(Tasha’s Christmas Stockings)」에서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벽난로 앞에서 선물 포장을 뜯는 아이들 아래 생쥐들이 손을 맞잡고 춤추는 장면이 펼쳐진다. 인간과 동물을 병치한 구조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타샤 튜더의 세계관을 응축한다.

▶▶ 「타샤의 크리스마스 양말들(Tasha's Christmas Stockings)」

여전히 느린 행복한 사람

겉보기엔 평화롭고 목가적인 타샤 튜더의 삶은 치열했다. 아홉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의 친구 집에서 자랐고 결혼 후에는 전기와 수도조차 없는 집에서 네 아이를 키웠다. 지난 1961년 남편과 이혼한 뒤에는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버몬트주에서 이어간 자급자족의 삶은 낭만이라기보다 노동의 연속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밀랍 양초를 만들고 천을 짜며 집을 손수 가꾸는 일상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타샤 튜더는 1830년대 당시 모든 것을 손으로 해야만 했던 ‘슬로우라이프’의 가치를 동경해 이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왔다. 19세기 뉴잉글랜드 농가의 생활양식을 따르고, 영국식 블루앤화이트 도기를 사용하며 「윤기 나는 티세트(Lustre Tea Set)」 정물화에 그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부엌에는 「코기 인형(Corgi Doll)」을 비롯해 손수 만든 수제 인형들이 진열돼 있다. 인형 옆에는 19세기 앤티크 인형 문화에서 착안한 ‘인형 증명서’가 놓여 있어 제작자와 제작 연도, 이름과 성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中

타샤 튜더의 동화 같은 생활은 삶의 본질을 사유하고 실천한 결과였다. 그는 느리고 소박한 생활 속에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했고,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몸소 보여줬다. 신 시인은 타샤 튜더가 “자연을 단순히 가까이 두거나 전원생활의 낭만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생활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어 “타샤가 손수 가꾼 삶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렵지만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한 울림을 준다”고 덧붙였다.

동물들은 내가 누리는 것보다 \ 작은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 만족스러워 보여요. \ 사람들은 많은 것을 누리면서 \ 더 큰 것을 원해요. \ 삶에 감사하는 걸 잊고, \ 종종 끝없는 욕심을 부려요.

전시의 마지막 작품인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는 계절은 없다(There is no Season such Delight can bring)」는 흰 여백이 두드러진다. 타샤 튜더는 기존 작업에서처럼 자연을 촘촘히 옮기는 대신 빈 배경을 남겨뒀다. 관람객들은 각자 사랑하는 계절과 행복의 순간을 떠올리며 작품 앞에 한동안 머물렀다.

▶▶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는 계절은 없다(There is no Season such Delight can bring)」

타샤 튜더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주변의 존재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그 소중함을 작품 속에 담아왔다. 각자의 자리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이 곧 행복이라는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일상을 돌아보고 저마다 다른 행복을 존중하도록 이끈다.

글·사진 이유민 기자\ muna_iyou@yonsei.ac.kr

이유민 기자 muna_iyou@yonsei.ac.kr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알쓸문잡] “사장님, 두쫀쿠 있나요?”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지나간 자리

‘연세인’으로 첫발… 2026학년도 입학식 열려

진리자유학부, 2026학년도 첫 신입생 맞이해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십계명] 대학언론이 허무의 역병을 견디는 법

우리대학교, 2026학년도 학부·대학원 등록금 2.6% 인상해

베일 벗은 고를샘·청경관, 환골탈태 후 개강 맞아

[알쓸문잡] “사장님, 두쫀쿠 있나요?”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지나간 자리

더보기

닫기

닫기

내 댓글 모음

닫기

취업박람회 참가 기업 보이콧 기자회견

원격수업 수강생 늘었지만 … 드러난 한계와 과제

음식물 섭취 가능? 금지? 학내 취식 혼란 이어져

국제캠에서 개기월식 관측회 열려

2026년 3월 연세취업박람회 개최

‘동선’ 따라 이어진 인연… 제32회 동아리박람회 열려